아빠의 공부 기록

아이보다 먼저 — 출산까지 6개월, 아빠가 영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조심스러웠던 임신 초기가 지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지금, 영어를 놓은 지 10년 된 평범한 직장인 아빠가 아이보다 먼저 육아영어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이 블로그의 첫 글이에요.

2027년 1월, 첫 아이가 태어나요.

사실 이 문장을 이렇게 담담하게 쓰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임신 소식을 처음 알게 된 날부터 12주까지는, 기쁘면서도 내내 조심스러웠거든요. 좋다가도 문득 걱정이 밀려오고, 검색창에 별걸 다 쳐보게 되고요. 검사에서 아기가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어요. 지금은 다행히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요.

먼저 제 소개를 간단히 하면 —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고, 지금은 와이프와 함께 서울에서 지내고 있어요.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고, 어디에나 있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에요. 사랑스러운 와이프와 내년 1월에 새로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고요.

그렇게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그제야 이런 생각이 밀려왔어요. 나는 아빠로서 뭘 해줄 수 있을까. 며칠을 굴리다가, 다짐 하나가 유난히 오래 남았어요.

"아이한테 영어를 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해보자."

저와 영어의 오래된 이야기

이 다짐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려면, 저와 영어 사이의 역사를 조금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맞춰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어요. 문법과 독해 위주의, 다들 아는 그 영어요. 그러다 군대에서 우연히 어느 대학생이 쓴 교환학생 에세이 한 편을 읽게 됐는데, 그 글이 이상하게 오래 남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나도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다.

복학하고 나서는 그 막연한 생각을 붙잡고 회화와 영어 글쓰기를 따로 공부했고, 결국 유럽의 한 대학으로 6개월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영어로 경영학 수업을 듣고, 서툰 영어로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밤새 떠들던 시간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미국으로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 6개월이 제 20대의 가장 반짝이는 기억이라는 건 분명해요.

그런데 회사에 들어온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어요. 그리고 그 10년은, 정확히 제가 영어를 멈춘 10년이기도 해요. 지금의 저는 머릿속 생각을 영어로 마음대로 내뱉지 못하는 수준이 됐어요. 문장이 분명 어딘가에 있는데 입 밖으로는 안 나오는, 그 답답한 상태요.

시험 삼아 저 자신한테 물어봤어요. "아기가 태어나면, 영어로 말 한마디 걸어줄 수 있어?" 기저귀를 갈면서 건넬 한마디 — 나중에 찾아보니 "Let's change your diaper"라는 아주 쉬운 문장이었는데, 그 순간의 저는 그게 안 나왔어요. 입에 붙어 있지 않은 문장은 필요한 순간에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인정했어요.

그래도 다시 영어인 이유

유럽에서의 6개월이 저한테 남긴 게 하나 있어요. 영어를 잘하면 — 아니, 완벽하지 않더라도 겁내지 않으면 —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과 시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여행에서 낯선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게 되고, 접할 수 있는 정보와 기회의 범위가 넓어지고, 무엇보다 낯선 세계 앞에서 주눅 들지 않게 돼요.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영어 점수가 아니라 그 감각이에요. 영어가 시험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넓혀주는 도구라는 감각,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친숙함이요.

물론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이라, 어떻게 해야 그 친숙함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아직은 몰라요. 다만 하나는 분명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목소리는 부모의 목소리라는 것. 어차피 매일 말을 걸어줄 사람이 우리 부부라면, 그 목소리에 영어 한마디쯤 자연스럽게 섞여 있으면 좋겠다 — 지금은 딱 그 정도의 마음이에요.

그래서 순서를 제 나름대로 정했어요. 교재를 알아보기 전에, 아빠가 먼저 배우기. 이 블로그의 이름이 「아빠 먼저」인 이유예요.

남은 6개월 동안 할 것

아이를 만나기까지 대략 6개월. 그 사이에 하려는 건 네 가지예요.

  1. 육아영어 표현 익히기 — 아기의 하루(수유, 기저귀, 목욕, 재우기)에서 실제로 쓰는 표현을 상황별로 외워요. 하루에 몇 개씩, 입에 붙을 때까지. 10년 멈췄던 영어를 다시 시작하기에 이만큼 목적이 분명한 커리큘럼이 없어요.
  2. 영어 그림책 준비 — 신생아 때부터 읽어줄 그림책을 미리 고르고, 읽어주는 연습까지 해둬요. 선배 아빠들 말로는 태어나면 책 고를 정신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3. 환경 만들기 — 아기 방에 영어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환경(그림책, 음원)을 미리 세팅해요.
  4. 전부 기록하기 — 공부한 것, 실패한 것, 고친 것까지 이 블로그에 그대로 남겨요.

이 블로그가 지킬 것

시작하면서 스스로한테 걸어두는 약속이에요.

  • 직접 해본 것만 씁니다. 안 해본 방법을 아는 척하지 않을 거예요.
  • 전문가인 척하지 않습니다. 저는 영어교육 전공자도 교사도 아니에요. 영어를 좋아했지만 10년 놓아버린, 평범한 직장인 예비 아빠의 기록이에요. 중요한 판단은 늘 전문가와 원 자료를 확인해 주세요.

혹시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출산을 앞두고 "영어는 어떻게 해줘야 하지" 막연하게 고민 중인 예비 아빠, 예비 엄마가 있을 거예요. 결론을 다 아는 전문가의 블로그는 많은데,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의 기록은 의외로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나 만들기로 했어요.

10년 만에 다시 켠 영어가 6개월 뒤 아기에게 건네는 첫인사가 될 수 있을지 — 저도 궁금해요. 매주 기록할게요.

첫 번째 기록도 올렸어요 —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파봤던 질문, 아기 영어 노출은 언제부터 해도 될까부터 읽어보세요.